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높은 빌딩, 넓은 도로, 세련된 카페와 상점이 자리 잡은 지금의 서울.
하지만 그 속에도 여전히 예전의 골목, 오래된 간판, 낮게 깔린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특히 골목마다 자리했던 다양한 직업들은
서울의 삶을 이끌어온 중요한 구성 요소였습니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누군가의 기억에는 아직 또렷이 남아 있는 그 골목의 직업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며 사라진 서울의 풍경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골목을 지키던 직업들
한때 서울의 골목에서는 집집마다 방문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솥뚜껑 수리공’은 연탄아궁이에 사용되던 무거운 솥뚜껑을 고치러 다녔고,
‘우산 수선공’은 고장 난 우산을 펴보며 천을 갈고 철사를 손으로 다듬었습니다.
‘보온병 고치는 사람’, ‘자전거 바퀴 정비사’도 길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길에서 작은 천막 하나 치고 일을 했고,
오가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수리뿐 아니라 소소한 대화도 함께 나누던 존재였습니다.
일상 속에서 사람 냄새 나는 소리가 퍼지던 그 골목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이웃이 모이고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이었습니다.
도시 변화가 밀어낸 풍경
서울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그 골목과 그 속의 직업들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도로가 넓어지고 차량이 많아지면서 천막 가게는 안전 문제가 되어 사라졌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개인 간 수리 요청도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대형마트와 저렴한 생활용품점이 늘어나면서,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대신 새로 사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정비공이나 수리공 같은 골목 직업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식되며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지고 난 골목은 이전과 다른 풍경이 되었습니다.
소리 없이 지나가는 차와 배달 오토바이만 남은 골목,
서로 인사를 나누던 이웃의 얼굴은 이제 쉽게 보기 어렵습니다.
기억 속에서 살아 있는 이름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골목 직업이 남긴 흔적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름이면 얼음물 사러 갔던 ‘빙수 장수’를 기억하고,
누군가는 겨울 밤마다 ‘호떡 사세요’ 외치던 리어카 장수를 떠올립니다.
서울의 골목은 단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오가며 일과 정이 오갔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활동했던 직업인들은 우리 도시의 문화를 만들어낸
조용한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이름들을 기록하고 남겨 두는 것.
그리고 잊혀지지 않게 계속 이야기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 골목과 직업들은 다시 살아 숨 쉬게 될지도 모릅니다.